아이들 지키는 그물망 짜자
④ ‘안전한 체벌’은 없다

학대부모들 적절한 양육방법 몰라
출생신고·보육시설·학교진학 등
생애주기별 특성 따른 교육해야!


맏이는 더디고 둘째 아이는 야무졌다. ㅇ(43)씨는 조금 늦된 아이에게 회초리를 드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맏이는 자꾸 실수를 하고 거짓말까지 했어요. 혼낸다는 의미에서 때린 거고, 저 자신이 분풀이를 하는 건 아니니까

 위험한 수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시민단체에서 여는 ‘부모교육’에 참여한 뒤 ㅇ씨는 스스로의 양육 방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됐다.

 “교육을 받으면서 체크해보니까 제가 학대부모에 해당하더라고요. 부모 세대한테 받은 상처를

아이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됐어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의 일차적인 원인은 부모들이 양육 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학대 행위자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1만76건)이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또는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6200건)나 부부 및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이 있는 경우(3050건)도 적지 않지만 이 또한 아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란 점에서 부모교육 및 상담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정 내 체벌 금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안적 훈육 방법을 제시하는 일”이라며 “혼인신고, 출생신고, 보육시설·학교 진학 등 다양한 단계에서 부모들에게 양육 교육을 받게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았던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이에 더불어 부모의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 부모들의 처지를 고려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교육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부모교육은 비정부기구(NGO)나 정부 산하기관들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생애주기, 가족 유형, 학대행위 여부 등과 무관한 일반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엔지오 관계자는 “부모교육은 소규모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교재 개발, 강사 운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16, 1,24, 엄지원 기자